
슬라이드로 보기
은행잎 추출물(EGb 761)이 기억력을 개선한다는 광고는 넘쳐나지만, 대규모 임상시험들은 정상 노인에서 효과가 거의 없음을 보여줍니다. 누구에게, 어떤 조건에서 효과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봅니다.
핵심 요약
"은행잎 추출물 먹으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광고를 자주 보는데, 진짜 효과가 있는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가진 중·노년층에서는 대규모 임상시험들이 일관되게 효과 없음을 보고했습니다. 반면, 이미 경도 인지 장애(MCI)나 경증 치매가 있는 환자에서는 일부 단기 개선 효과가 관찰되었으나 그마저도 근거 수준은 '낮음~중간' 수준입니다.
⚠️ 의학적 고지: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사나 약사의 진료·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인지 기능 저하가 걱정되신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왜 이 질문이 중요한가
국내 포털 검색창에 "기억력 보충제"를 입력하면 첫 페이지는 은행잎 추출물 제품 광고로 가득 찹니다. 식약처 인정 건강기능식품이니까 믿어도 되지 않을까요?
문제는 "인정받았다"는 사실과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는 다른 질문이라는 점입니다. 식약처 기능성 인정은 최소 한 건 이상의 연구에서 효과가 시사된 경우에도 부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 명을 수년간 추적한 대규모 RCT(무작위 대조시험)들은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이 글은 그 간격을 솔직하게 짚어 드립니다.
EGb 761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용한다고 주장되는가
EGb 761은 독일 Schwabe사가 표준화한 은행잎(Ginkgo biloba) 건조 추출물입니다. 제품명 '기넥신', '징코빌로바' 등에 이 성분이 쓰이며, 표준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분 | 함량 |
|---|---|
| 플라본 글리코사이드 (flavone glycosides) | 24% |
| 터펜 락톤 (terpene lactones) | 6% |
| 빌로발라이드 포함 진코라이드 A·B·C | terpene 내 포함 |
| 징코릭 산 (ginkgolic acids, 독성 성분) | < 5 ppm |
주장되는 작용 기전:
-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작용으로 뇌 세포 산화 스트레스 감소
- 진코라이드 B가 혈소판 활성화 인자(PAF)를 억제하여 뇌 혈류 개선
- 전임상 연구에서 일부 신경전달물질(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조절 가능성 시사
이 기전들은 동물·세포 실험에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실 결과가 실제 인간에서 기억력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인체 대상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상 노인에서 효과: 광고와 임상의 거리
GEM Study (DeKosky et al., 2008, JAMA)
이 연구는 지금까지 진행된 은행잎 추출물 임상시험 중 가장 크고 긴 연구입니다.
- 대상: 72~96세 지역사회 거주 노인 3,069명 (정상 인지 + MCI 포함)
- 용량: EGb 761 120 mg × 2회/일 (= 240 mg/일)
- 추적 기간: 중앙값 6.1년 (최장 8년)
- 결과: 위약 대비 치매 발생률 차이 없음. 모든 원인 치매 및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률 모두 유의한 차이 없음.
DeKosky 2008 JAMA의 결론: "Ginkgo biloba at 120 mg twice a day was not effective in reducing either the overall incidence of dementia or Alzheimer's disease incidence."
Snitz et al., 2009, JAMA (GEM 코호트 인지 저하 속도 분석)
DeKosky와 동일한 GEM 참가자 3,069명을 대상으로, 치매가 아닌 인지 저하 속도에 초점을 맞춘 분석입니다.
- 결과: EGb 761 240 mg/일이 정상 인지 또는 MCI 노인에서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지 못함
- 기억, 주의, 집행 기능, 시공간 기능 등 모든 하위 도메인에서 위약과 차이 없음
Snitz 2009 결론: "Compared with placebo, the use of G biloba, 120 mg twice daily, did not result in less cognitive decline in older adults with normal cognition or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GuidAge Trial (Vellas et al., 2012, Lancet Neurology)
프랑스에서 진행된 5년 추적 대규모 RCT입니다.
- 대상: 70세 이상, 기억력 불평을 호소하는 노인 2,854명
- 용량: EGb 761 240 mg/일
- 결과: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는 비율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차이 없음
세 연구를 종합하면: 인지 기능이 정상이거나 경미한 불편을 호소하는 노인에서 EGb 761 240 mg/일은 기억력 개선이나 치매 예방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치매·MCI 환자에서 일부 효과? Cochrane 분석
이미 인지 장애가 있는 환자군에서는 그림이 조금 다릅니다.
Cochrane 체계적 문헌고찰 (Birks & Grimley Evans, 2009)
- 포함 연구: 36개 RCT, 다양한 추출물·용량·기간
- 결론: "The evidence that Ginkgo biloba has predictable and clinically significant benefit for people with dementia or cognitive impairment is inconsistent and unconvincing."
- 일부 연구에서 ADAS-cog(알츠하이머 인지 평가 척도) 소폭 개선이 관찰되었으나, 연구 품질 편차가 크고 임상적 의의(clinical significance)는 불명확
최신 메타분석 (Tan et al., 2015,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9개 RCT(총 2,561명, 2226주)를 종합한 분석에서 EGb 761 240 mg/일이 위약 대비 인지 점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습니다(가중평균차 −2.86, 95% CI −3.18−2.54, 점수가 낮을수록 호전). 다만 이 결과는 평가 척도가 연구마다 달라 단일 척도 변화량으로 단순 환산하기 어렵고, ADAS-cog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최소 변화(통상 4점) 기준에 미치는지는 별도 평가가 필요합니다.
요약: 이미 인지 장애가 있는 환자에서는 단기적·부분적 효과가 관찰되지만, 근거 수준은 '낮음~중간'이며 장기 효과는 불분명합니다.
국내 광고 vs 실제 임상 근거: 왜 간격이 생기는가
식약처는 은행잎 추출물에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기능성 원료로 고시했습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고시의 근거 연구들은 대부분 다음 조건에서 수행되었습니다.
- 기간: 4~12주 단기 연구
- 대상: 주관적 기억력 불편 호소 집단
- 측정 지표: 단순 기억 과제 (예: 단어 회상)
반면, 위에서 소개한 대규모 장기 RCT들은:
- 기간: 5~8년 장기 추적
- 대상: 지역사회 거주 일반 노인 수천 명
- 측정 지표: 실제 치매 발생, 인지 저하 속도
단기 소규모 연구의 긍정적 결과 + 장기 대규모 연구의 음성 결과는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광고는 전자를 활용하고, 대형 임상시험은 후자를 보여줍니다.
누가 시도해볼 만한가, 누가 피해야 하는가
시도해볼 수 있는 경우
- 경도 인지 장애(MCI) 또는 경증 치매를 진단받았고, 주치의와 상의 후 보조 요법으로 고려하는 경우
- 뇌 혈류 관련 어지럼증(현훈)이나 이명으로 신경과 전문의가 처방하는 경우 (이쪽은 근거 수준이 더 높음)
반드시 피하거나 신중해야 하는 경우
| 상황 | 이유 |
|---|---|
| 와파린(쿠마딘) 복용 중 | 출혈 위험 증가 (INR 수치 변화 가능) |
|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등 항혈소판제 복용 중 | 혈소판 응집 억제 중복으로 출혈 위험 |
| NSAIDs(이부프로펜, 나프록센) 상시 복용 중 | 위·장관 출혈 위험 |
| 수술 예정 2주 이내 | 수술 중·후 출혈 위험 |
| 뇌전증(간질) 병력자 | 발작 역치 낮출 수 있다는 사례 보고 |
| 임산부·수유부 | 안전성 자료 부족 |
🚨 복용 중 즉시 중단하고 의사에게 연락해야 하는 경고 신호
- 갑작스러운 두통 또는 시야 흐림
- 멍이 쉽게 들거나 코피가 잦아짐
- 혈변·혈뇨
- 수술이나 시술 예정일이 2주 이내로 다가온 경우
FAQ
Q1. 식약처 인정 건강기능식품이면 효과가 검증된 것 아닌가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인정은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대규모 장기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확인되었다"와는 다른 기준입니다. 두 기준 모두 과학적 과정을 거치지만, 강도가 다릅니다.
Q2. 은행잎 추출물 복용하면 안 되는 건가요?
"효과가 약하다"는 것이 "복용하면 안 된다"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약물 상호작용이 없는 경우 단기 시도는 안전 프로필이 비교적 양호합니다. 기대치를 "기억력이 대폭 개선된다"가 아닌 "혈류에 약간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3. 240 mg/일과 120 mg/일 중 어느 용량이 더 효과적인가요?
대부분의 긍정적 연구들이 240 mg/일(120 mg × 2회 또는 80 mg × 3회)을 사용했습니다. GEM 연구도 이 용량을 사용했으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용량을 더 높이면 효과가 생긴다는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Q4. 뇌 혈류 개선이나 어지럼증에는 효과가 있나요?
말초 혈류 및 어지럼증(현훈) 관련 연구에서는 기억력 연구보다 긍정적인 결과들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적응증에서의 근거는 인지 기능 연구보다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Q5. 홍삼과 함께 복용해도 되나요?
홍삼과 은행잎 추출물 모두 혈액 응고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에서 단기 병용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만,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의사·약사와 상의하세요. 홍삼 면역·피로 효과에 관한 글도 참고하세요.
마무리
은행잎 추출물(EGb 761)은 수십 년간 연구된 표준화 추출물입니다. 혈류 개선 효과에는 일부 근거가 있고, 안전 프로필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억력 개선"에 대한 대규모 장기 임상근거는 광고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약합니다.
- 정상 노인: 3개의 대형 RCT(GEM·Snitz·GuidAge) 모두 효과 없음
- 치매·MCI 환자: 단기 부분 효과 보고 있으나 근거 수준 낮음~중간
- 주의: 항응고제·항혈소판제 복용자 출혈 위험
"우리 부모님 기억력에 좋은 것 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현재 증거 수준에서 가장 확실한 인지 기능 보호책은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 사회적 연결입니다. 보충제는 그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참고 자료
- DeKosky ST, et al. Ginkgo biloba for prevention of dementia: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AMA. 2008;300(19):2253-2262.
- Snitz BE, et al. Ginkgo biloba for preventing cognitive decline in older adults: a randomized trial. JAMA. 2009;302(24):2663-2670.
- Vellas B, et al. Long-term use of standardised Ginkgo biloba extract for the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 (GuidAge): a randomised placebo-controlled trial. Lancet Neurology. 2012;11(10):851-859.
- Birks J, Grimley Evans J. Ginkgo biloba for cognitive impairment and dementia.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09;(1):CD003120.
- Tan MS, et al. Efficacy and adverse effects of ginkgo biloba for cognitive impairment and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2015;43(2):589-603.
-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인정 현황 — 은행잎 추출물.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이 글의 정보는 2026년 6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결정을 내리기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NutriKo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건강 정보를 제공합니다. — NutriKo 블로그